[칼럼] 유문종의 한마디...'공동체 품격을 보여 줄 때'

김영식 승인 2020.02.24 17:06 의견 0

▲ 유문종이 전하는 수원이야기 이미지     ©

 

유문종 소장 <수원2049 시민연구소>

 

어려운 상대를 만났을 때 실력이 드러나는 법이다. 평상시에는 그저 그렇게 보일지라도 강팀을 만나거나, 중요한 경기 때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진정한 선수다.

 

 
공동체도 다르지 않다. 일상생활에서는 습관대로 움직이고, 행동하기 때문에 그 공동체의 수준을 알기 힘들다. 재난이 닥치거나 지금처럼 뜻하지 않던 감염병이 퍼져 나갈 때 공동체 수준을 알 수 있다.

 

 

 

또한 평범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공동체의 존재가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공동체의 도움은 어려움에 빠진 구성원에게, 일상과 다른 비상한 상황을 대응해 갈 때 절실할 것이다.

 

 
다만 이런 비상한 상황은 돈 없고 집 없는 사람에게 더 빨리, 더 강하게 다가오지만, 이런 위험이 커지면 공동체 누구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공동체다.

 

 

 
한 시민의 격도 마찬가지이다. 인격으로 표현하든, 품격으로, 아니면 시민성으로 말하든 평소에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급박한 사정이 생기거나,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 요구될 때, 그 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주류에 소속되지 않아 이단으로 지목된 종교집단에서 시작된 감염병의 슈퍼전파가 일어났다.

 

 

 
비밀스런 집단의 특성으로 초기 대응에서 많은 우려와 비판을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공식적 발표에서는 직접적으로는 표현하지는 않고 있지만, 일반 시민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행선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밝혀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정 때문에 비판을 넘어 비난과 매도, 배제와 혐오, 조롱이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내가 속한 공동체의 수준이 일상이라는 표면을 벗고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주위에서 가깝게 지내던 사람의 품격도 간간히 보이기도 한다.

 

 

 
슈퍼전파가 시작되자마자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배제와 혐오, 조롱이 확산되고 있다. 평소 이웃을 배려하고, 나름 인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믿던 사람이 그런 혐오와 조롱의 메시지를 아무런 느낌 없이 SNS에 전달하고 있다. 이런 배제와 매도를 특정 정치성향과 연결시켜 퍼 나르기도 한다.

 

 

 
그런 글이나 이미지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 가장 변두리에서 평범한 시민과는 다른 생활을 하는 특별한 집단이니 배제해야 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상식적 판단을 넘어 선 생각이니 혐오와 조롱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종교적 기준,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그들을 공동체 밖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가장 변두리라고 하는 지점에 선을 긋고 잘라 버린다고 가장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보다는 좀 더 가까운 변두리가 생길 뿐이다.

 

 

 
혐오와 조롱으로 상식의 폭이 좁아지기 시작하면 우리 공동체는 점점 축소되어 갈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 누구도 종교적 기준이나 정치적 성향의 차이로 배제시켜서는 안 된다.

 

 

 
신천지 예수교장막성전은 나와는 아주 다른 종교집단이다. 내가 믿고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위에서 그들에게 고통을 받은 동료도 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그들을 멀리할 수 있다. 잘못된 생각에 대해 설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배제와 혐오, 조롱과 비난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상생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별히 지금처럼 공동체 전체가 위기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숙하고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민주화를 이루고 인권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수준을 보여주자.

 

 

 
신천지 종교인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적하고, 비판하여 합리적 판단을 촉구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일이 있다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선입견을 갖고 그들을 배제하지는 말자.

 

 

 
부정적 인식만으로 혐오하거나 조롱하지는 말자. 과장된 표현, 과도한 감정의 표출은 더욱 위험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될수록 이런 심리는 서로서로 상승하게 되어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광기로 자랄 수 있다.

 

 


지금은 차분하게 우리 공동체의 힘을 보여 줄 때이다. 나는 얼마나 성숙한 시민인가를 행동으로, 말과 글로 증명할 시간이다. 나의 품격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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