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씨스 남현식 대표/사진=경기도


(뉴스영 이현정 기자) "금요일 오후 3시에 퇴근하니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올 때 함께 집에 갈 수 있어요. 와이프도 제가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전화가 올 정도죠."

보안 검색 장비 전문기업 ㈜인씨스(대표 남현식)에서 11년째 근무 중인 황희훈 수석(보안솔루션사업본부)은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 후 달라진 일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9년 설립 이후 17년간 '사람 중심' 경영을 실천해 온 ㈜인씨스는 공항·항만 보안 검색 장비 업체로 시작해 현재 SK하이닉스·삼성·LG 등 반도체 기업에 정보보호용 엑스레이 검색기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만 약 900대의 장비를 설치했다.

"사람이 중요하다"…직원 의견 적극 반영

남현식 대표는 "장비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며 "젊은 직원들의 주거문제를 돕기 위해 대출도 상당 부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 신사옥 건립 당시에도 부지 매입부터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주차공간 확보, 업무공간 배치 등 직원 근무환경 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동종업계 대비 이직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는 시범사업 참여 전부터 자체적으로 탄력근무제를 운영해왔다. 남 대표는 "직원이 '경기도에서 주 4.5일제 사업에 참여할 회사를 모집하는데, 조금만 조정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러 방식을 검토한 끝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5시, 금요일은 오후 3시에 퇴근하는 '주 35시간제'를 선택했다.

남 대표는 "금요일 반일제도 고려했지만, 협력업체나 거래처와의 연락에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우리 기업에 맞는 형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식회사 인씨스 전경/사진=경기도


초기 눈치 보던 직원들, 이제는 자연스럽게

황희훈 수석은 제도 초기 직원들의 반응을 솔직하게 전했다. "처음 3주 정도는 '진짜 가도 되나?' 하며 다들 눈치를 봤다. 그런데 대표님이 '어서들 가라'고 하시면서 지금은 금요일 오후 2시 40~50분이면 자연스럽게 퇴근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5시 퇴근으로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금요일 오후 3시 퇴근으로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혼 직원들은 동호회 활동이나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고, 결혼한 직원들의 배우자 만족도도 높다. 남 대표는 "특히 결혼한 남자 직원들의 부인들이 상당히 좋아한다"며 웃었다.

업무 능률 상승·회식 문화 개선 효과도

긍정적 효과는 업무 능률 향상으로도 나타났다. 황 수석은 "근무시간이 줄었으니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업무 집중 시간을 따로 운영하면서 효율성이 더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 역시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확실히 올랐다"며 "시간이 줄어도 주어진 시간에 더 집중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직원들이 행복해하는 것 자체가 회사의 긍정적 효과"라고 평가했다.

금요일 회식 문화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남 대표는 "예전에는 금요일 저녁 약속을 56번 갈 것을 12번만 가게 되고, 아예 안 가는 경우도 생겼다"며 "금요일 3시 퇴근이 오히려 불필요한 회식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씨스 남현식 대표/사진=경기도


"겁내지 말고 도전하라"

남 대표는 제도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조언했다. "처음엔 겁이 난다. 근무시간이 줄어드는데 급여를 줄일 수도 없고, 다른 업체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도 됐다. 특히 금요일 외근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직원들도 저도 거기에 맞춰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행복해하니 회사 분위기도 좋아졌다.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주 4.5일제 시범사업은 노동자들의 일·생활 균형과 건강한 일터 조성, 중소기업의 채용 경쟁력 강화 및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해 시작됐다. 기업이 노사 합의를 통해 ▲주 4.5일제 ▲주 35시간제 또는 36시간제 ▲격주 주4일제 ▲혼합형 중 하나를 선택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청 대상은 주 4.5일제 도입을 희망하는 300인 미만 중소·중견기업으로, 경기도 내에 사업장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원(주 5시간 단축 기준)의 임금 보전 장려금과 기업당 최대 2천만원 한도의 생산성 향상 지원이 제공된다.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은 10월 31일 기준 총 107개 기업(민간 106개, 공공 1개, 3050명의 노동자)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