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편한 자발적 기부 캠페인

김영식 승인 2020.04.27 23:46 의견 0

▲ 유문종이 전하는 수원이야기 이미지     ©

 

[유문종의 한마디 90-자발적 기부? 준조세? 그리고 넛지]

 

 
동고동락, 남쪽지방 남해 상주면에 있는 협동조합 이름이다. 협동조합의 의미를 잘 나타내는 이름이다. 참 좋은 조합 이름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겨나가고 있다. 기쁨은 잘 모르겠지만, 슬픔과 어려움만큼은 함께 나누고 협력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에 정부의 신속하고 헌신적인 노력은 마땅히 크게 평가 받아야 하겠지만, 시민들의 참여와 성숙한 행동도 외국에서는 많이 부러워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운동을 실천하고,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보내는 응원이나, 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모습 등은 긍지를 가질 만한 우리의 자랑이다.

 

 
그런데 최근 재난기부금의 자발적 기부에 대한 공공의 과한 모습이 불편해 보인다.

 

 


행정이 먼저 나서서 협약식을 맺고, 단체장부터 고위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기부서류에 서명하고, 사진 찍는 퍼포먼스가 왠지 모를 거부감이 불러일으킨다.

 

 


힘들더라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기부를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분위기다. 자발적 기부라고 쓰여 있지만, 안하면 곤란하다는 강권으로 읽힌다.

 

 

 
행정은 일단 시작하면 결과를 봐야 한다.

 

 

 
자발적 기부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부서별, 지역별로 경쟁이 일어나고, 경쟁은 뜨거워지고 과열되기 마련이다. 큰 욕심은 없더라도 다른 부서나 동네에 뒤지면 안 되겠다는 일선 행정 책임자들이 부담감은 생기게 될 것이다.

 

 

 
그 부담감은 행정 가까이에 있는 단체나 지역인사들에게 권유의 강도를 점차 높여갈 것이다. 위에서는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고, 어떠한 강제나 압력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겠지만, 행정의 특성상 크든 작든 보이지 않는 힘은 작용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어제 정부와 여당은 긴급 재난지원금 예산 마련과정에서 금 모으기 운동을 거론하면서 자발적 기부나 신청포기를 부족한 재원 충당의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부 재정이 어려우니 여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언론보도가 맞다면 너무 나간 느낌이다. 자발적 기부운동이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참 좋은 미풍양속이지만, 공공재원의 충당을 이런 자발적 기부에 기댄다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공동체를 생각하는 대부분의 시민은 지원금을 받고도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기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얼마정도를 기부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안주삼아 누군가 얼마를 기부했다고 하면 더 미안해질 것이다.

 

 


많은 시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족한 재원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일단 확보하고, 연말이든 매년에 세금으로 환수를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많은 시민이 미풍양속의 전통을 살려 재난지원금 신청을 포기하거나 기부를 하면 더 좋을 일이다. 그 부분은 마땅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추가로 지원하면 된다. 앞 뒤가 바뀐 논리다.

 

 

 
어려운 시기, 공공의 역할과 민간의 참여를 잘 구분해야 한다.

 

 

 
힘들다고 이 두 영역이 모호하게 섞여서는 곤란하다. 통합과 융합의 시대 공공과 민간의 영역이 뒤섞여서 구분이 힘든 세상이긴 하다. 공공의 역할이라고 오래 동안 믿어 왔던 많은 부분이 민간으로 이미 넘어와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기부와 관련하여 공공의 책임과 민간의 참여는 여전히, 그리고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20년 전, 거버넌스 관련 활동을 염태영 수원시장과 함께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을 통해 수원과 경기도,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시키려 노력했다.

 

 


행정과 민간의 역할구분과 협력을 토론하면서, 어려울수록 거버넌스가 잘 추진되었던 기억이 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공무원을 설득하고, 강한 추진력으로 사업을 수행하던 염시장님 덕분에 많은 성과를 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넛지라는 책도 생각난다. 꼭 필요한 일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고 모르게 전달하여 행동이나 상황을 바꾸어 가는 방식이다.

 

 


그때부터 고민하는 공공과 민간의 구분 선과 넛지를 코로나19가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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