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주최 '신공항은 지역 경제를 살릴까?' 포스터/사진=구교훈
(뉴스영 이현정 기자)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장은 3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11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신공항은 지역경제를 살릴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구교훈 회장은 “수요는 없고 적자는 반복되는데, 우리는 왜 계속 공항을 짓고 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 곳곳에서 추진 중인 신공항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자리였다. 주최는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사회는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맡았고, 핵심 발표자로 나선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신공항이 과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깊은 의문을 제기했다.
■ "공항 건설, 수요 검증 빠지면 세금 먹는 하마 된다"
구 회장은 이날 “지방의 신공항 건설은 ‘성장’이라는 단어에 묶여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표심 논리로 흐르고 있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국내 공항들의 실적과 수요예측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최근 몇 년간 수출 규모는 커졌지만, 항공화물 물동량은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그것이 곧바로 항공운송 수요 증가를 의미하진 않는다. 2020년 대비 항공화물 물량은 13% 줄었는데도 공항 건설을 정당화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구 회장은 이처럼 ‘수요를 부풀리는 방식’이 공항 건설 논리의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국제공항을 포함한 최근의 신공항 추진 사례는 “공급자 중심의 논리로, 수요 기반 없이 추진되는 위험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 "무안, 양양, 울산...이미 우리는 적자공항의 전철을 경험했다"
구 회장은 실제 운영 중인 지방공항의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만년 적자인 무안공항에 대해 개항 전 ‘연간 992만 명 수요’가 예측됐지만, 2023년 실제 이용객은 23만 명. 초기 예측의 2%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해 적자는 253억 원, 5년간 누적 손실은 무려 1,161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양양공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구 회장은 “2002년 개항 이후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2023년 영업손실은 211억 원. 영국 BBC는 이 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 칭하기도 했다”며 BBC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신공항을 세우겠다는 건,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다. 전례 없는 재정 누수와 지역 갈등만 남길 뿐”이라고 주장했다.
■ "공항이 지역경제 살린다는 환상...실상은 정치 논리"
정치권에서 흔히 제기되는 ‘공항 건설=지역경제 활성화’ 논리에 대해서도 구 회장은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공항이 생긴다고 관광객이 몰려들고, 물류 기업이 입주하고,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지만, 이는 철저히 전제 조건이 맞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적절한 위치, 교통망 연계, 실질 수요라는 3박자가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 공항은 텅 빈 건물로 남는다.”
그는 특히 “신공항이 지역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담론이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선심성 공약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SOC 사업은 감성이나 표심이 아니라 수치와 타당성으로 따져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 "이젠 멈춰야 한다...기능 축소, 점진적 폐쇄도 검토해야"
끝으로 구교훈 협회장은 “진짜 필요한 공항은 하나를 지어도 충분한 수요와 명확한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공항은 상징이 아니라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 제기된 비판과 제언들이 공항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토론회는 분명,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묻혀왔던 수요와 재정의 문제를 다시 조명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