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서시장 나동 상가(흰색)을 가로막고 있는 불법 부스(파란색) 모습/사진=뉴스영
7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모처럼 찾아온 대목에 시장은 분주하지만, 화서시장 나동 상인들은 웃을 수 없다. 수년째 불법 부스에 가려 장사를 이어가지 못하는 탓이다. 법원 철거 명령까지 내려졌지만, 수원시와 팔달구청은 여전히 말뿐인 행정에 머물러 있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시장 나동 입구에는 불법 부스가 여전히 버티고 있다. 법원의 철거 명령이 내려진 지 오래지만, 팔달구청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실행을 미루고 있다.
팔달구청 안전건설과 건설행정팀장은 “철거 비용은 100만 원 정도”라고 했지만, 철거 계획조차 내놓지 않은 채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상인들은 “100만 원이 없어 철거를 못 한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며 “언제 시작하고 끝낼지도 모르는 행정은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불법 부스의 문제는 단순히 장사 방해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가스와 수도까지 연결된 채 운영되고 있지만, 팔달구청 환경위생과는 식중독·화재 위험을 알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2023년과 지난해 행정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됐음에도, 행정은 책임을 회피하며 사실상 불법 부스를 묵인하고 있다.
수원시는 ‘시민 민원 해결’을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 대응은 전혀 다르다.
이재준 시장은 취임 후 ‘새빛민원실’을 개소해 민원 해결을 홍보했고, 지난 8월에는 ‘폭싹담았수다’ 현장 간담회를 통해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모습을 내세웠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진 화서시장 불법 부스 문제는 단 한 차례도 직접 다루지 않았다. 상인들은 “가장 절실한 민원은 외면하면서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판했다.
수원시 지역경제과 원순호 과장은 “온라인 시장 확대에 맞서 오프라인 상인들이 화합해야 한다”며 원만한 해결을 주문했지만, 실제 행정은 불법 부스에만 관대했다. 심지어 불법 부스 상인회에 철거를 요청하기는커녕, 오히려 “민원이 너무 잦아 다른 업무를 볼 수 없다”며 정당한 민원을 제기한 나동 상인들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인근 용인특례시는 적극적이다. 최근 적환장 문제로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자 이상일 용인시장은 직접 주민들과 대화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교육·행정·복지 등 각종 현안에서도 수시로 간담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상인들은 “이상일 시장처럼 문제 해결 의지가 있었다면 불법 부스 철거는 진작 끝났을 것”이라고 꼬집는다.
화서시장 불법 부스 문제는 말뿐인 행정의 책임 회피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홍보용 민원 해결이 아닌, 상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행이야말로 수원시가 보여줘야 할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