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지사(가운데)와 이비 수상(좌)이 화성행궁을 관람하고 있다./사진=경기도
(뉴스영 이현정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수상과 만나 국제 통상 질서의 격랑 속에서 양 지역 간 실질적 경제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방정부 외교’라는 새 흐름이 기존의 중앙정부 중심 외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더욱 주목된다.
김 지사는 9일 오후, 수원을 방문한 데이비드 이비 BC주 수상과 화성행궁, 수원시립미술관을 함께 둘러보며 양자 면담을 가졌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BC주 주최 비즈니스 네트워킹 리셉션에도 참석해 양측 협력을 재확인했다.
이비 수상은 한국·일본·말레이시아 순방 일정 중 유일하게 지방정부 수장을 직접 찾았다. 김 지사와는 이번이 다섯 번째 회동으로, 해외 정치인 중 가장 많은 만남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김 지사와 BC주 간 오랜 인연과 신뢰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트럼프발 관세 문제에 대해 경제 전쟁으로 규정하고, 신속하고 단호히 대응한 BC주의 조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비 수상의 결단력은 진정한 경제주권의 표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통상 갈등과 안보 불안,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실용적 외교와 민간 협력이 가능한 지방정부 간 연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특히 “경기도와 BC주는 18년간 문화,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지속해 왔다”며 “지방정부가 함께 글로벌 경제협력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비 수상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지금, 지방정부 간의 신뢰와 협력은 국가 간 외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기술과 청정에너지, 연구 분야에서 경기도와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한다면 미래는 훨씬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날 관세 장벽 대응을 포함한 경제협력 강화는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문화 교류 확대, 스포츠 외교 등의 다각적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한편, 이비 수상은 면담에 앞서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장애예술 전시를 관람했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창작한 캐리커처와 아트 상품을 선물하며 포용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정은혜 작가가 직접 그린 이비 수상의 캐리커처는 큰 의미를 더했다. 정 작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의 5중주 공연도 함께 열려, 문화 외교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경기도와 BC주는 2008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후 17년간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2023년에는 자매결연 실행계획(MOU)을 통해 경제·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으며, 지난해 김 지사는 북미 순방 중 BC주를 방문해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번 만남은 지방정부가 경제안보 외교의 주체로서 나서야 할 필요성을 실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 지사와 이비 수상의 지속적인 교류는 지방정부 외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