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축산농협 본점


(뉴스영 김동윤 기자) 경기 화성시 새솔동 ‘깡통 상가’ 분양 논란이 수원축산농협(수원축협) 율전지점의 대출 관행에서 촉발돼, 인근 지역 금융기관까지 번진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지점 일탈이 아니라 지방 2금융권 전반의 통제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 전결권 피한 ‘9억 9천만 원’ 대출 16건…총 123억 원

취재에 따르면 율전지점은 지난해부터 약 1년에 걸쳐 총 16건, 123억 원 규모의 상가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모든 건이 지점장 전결 한도(10억 원)보다 1천만 원가량 낮은 9억 9천만 원 안팎으로 쪼개져 나갔다. 대출 명의는 시행사 대표 황모 씨의 배우자·자녀·여동생·처제 등 친인척과 지인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지점 내부 직원 한 명이 배우자 명의로 분양을 받고, 본인 명의로도 타 지점에서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5억 원을 넘으면 본점 보고가 의무인데, 비슷한 대출이 10여 건 반복됐다는 점에서 시스템 경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내부 인지보다 늦은 외부 공개…지점장·부지점장 동반 명퇴

수원축협은 내부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인 올해 6월 30일, 당시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동시에 명예퇴직을 신청해 떠났다. 조합원 A씨는 “대출 사고가 나면 책임자가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퇴직을 보류하는 것이 관례”라며 “이번 퇴직은 ‘책임 선 끊기’라는 의혹을 살 만하다”고 말했다.

수원축협 본점은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한 대출이어서 본점과 조합장에게 즉각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화성·안산·의왕서도 유사 대출 확인…브로커 관여 의혹

문제의 대출 방식은 율전지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화성, 안산, 의왕 일대 다른 축협·농협·신협에서도 10억 원 미만 전결권 대출이 다건으로 이뤄진 사례가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브로커나 세무사가 설계한 대출 패키지가 여러 지점에 공유된 정황이 있다”며, “이른바 ‘깡통 분양 커넥션’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 감정가 12억, 낙찰가 3억대…중복 담보도 ‘적색 신호’

일부 상가는 세 곳 이상 금융기관이 동일 호실에 담보권을 설정했다. 감정평가 당시 최대 12억 원으로 책정된 상가는 최근 경매에서 3억 원대에도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감정평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정가와 시세 간 괴리가 세 배에 달했다면, 감정사·대출 담당자·분양업자 간 사전 조율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금융당국 “경영진 제재·여신 제한까지 검토”

금융감독원은 율전지점을 포함한 관련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자료·감정평가서·보고 체계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공모나 통제 회피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합장·지점장 직무 정지, 사고 지점 여신 제한, 형사 고발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수원축협 본점 측은 “사고 대비 운영자금이 있어 현재까지 조합원이나 고객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조사 결과에 따라 지점장·부지점장 책임이 확인되면 추가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 피해는 투자자·조합원 몫…신뢰 회복 과제

새솔동 상가는 고공 공실률로 이자 연체와 원금 손실 우려가 커졌다. 투자자 B씨는 “책임자들은 퇴직금을 받고 떠났지만, 우리는 원금도 못 건질지 모른다”며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된 전결권 악용·감정가 부풀리기·중복 담보는 2금융권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와 감정평가 제도 개선 없이는 유사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다.